Orang’s Diary

NewJeans - Attention(뉴진스 - 어텐션) 같은 분위기를 좋아하면 추천하는 노래들

by 오랭

매번 보관함에 저장된 듣던 노래만 듣다가 얼마 전 정말 오랜만에 애플 뮤직의 TOP 100에 들어갔었다. 소녀시대가 5년 만에 완전체가 되어 새로운 앨범과 함께 돌아온 직후였기 때문에 당연히 음원 차트를 씹어먹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웬 토끼가 히죽 웃고 있는 앨범 아트와 함께 NewJeans라는 아티스트가 Attention이라는 노래로 1위에 있더라고. 뉴진스라는 그룹에 대해 전혀 몰랐기 때문에 누구길래 소녀시대를 꺾고 1위에 올라갔나 싶어 노래를 틀었고, 잼민이들이 누구 놀리는 듯한 목소리가 잘게 쪼개지며 나오다가 첫 멜로디가 비트 위에 깔리자마자 바로 취향을 저격당하고 말았다.

 

우선 한국 걸그룹에서 이런 노래가 나왔다는 것이 되게 놀라우면서도 인상적이었는데, 잔잔하면서도 예상치 못한 박자에 비트를 끊어준 덕분에 귀가 재미있어질 무렵 'You got me looking for attention'이라는 후렴에서 완전히 넘어가고 말았다. '아, 나는 이제 뉴진스의 신곡을 기다리고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소녀시대는 이미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말았고 많은 사람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 막 데뷔한 그룹임에도 1위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고 있겠지. 정말 최근에 보기 힘든 신선함과 청량감이었다.

 

내가 유독 이런 느낌의 노래 구성과 멜로디 라인을 좋아해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듣는 내내 행복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블로그에 글을 적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어텐션을 듣고 있으니까. 깔끔하면서도 절제되었으며 세련된 맛이 느껴진다. 단순하면서도 풍부한.

 

뉴진스 첫 번째 앨범아트
NewJeans - 1st EP 'New Jeans'

 

나는 아이돌의 비주얼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남성 그룹이든, 여성 그룹이든, 혼성 그룹이든 내 취향에 맞는 노래를 찾아 듣고 정말 마음에 드는 노래가 있으면 질릴 때까지 듣는 편이다. 그래서 내 플레이리스트는 크게 변하지 않으며 몇 년 이상 꾸준히 듣는 노래도 있다. 역주행으로 큰 인기를 얻었던 브레이브걸스(Brave Girls)의 롤린(Rollin)도 처음 발매되었을 때부터 듣기 시작해서 혼자만 몇 년을 들어오다가, 갑자기 음원 차트부터 방송까지 모두 섭렵하는 것을 보고 '드디어 이런 노래를 알아주는구나'라는 생각도 했었다.

 

약간 조심스러운 이야기인데 개인적으로 몽환적인 느낌을 되게 좋아한다. 주변 지인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몽환남이라고 불러서 당황스럽긴 했지만, 아무튼 뭔가 몽글몽글하고 아련하면서도 편안하면서 몽롱한 느낌을 좋아한다. 글로 써놓으니 약간 약쟁이스러운 표현인데 사진이든 노래든 그런 몽롱한 감각을 되게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샤이니의 줄리엣이나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 같은 코드/멜로디 진행을 굉장히 좋아했다. 물론 지금도 듣고 있는 노래들이고.

 

조금 더 찾아보니 뉴진스가 소속되어 있는 레이블 ADOR의 대표가 민희진 씨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민희진 대표는 SM에 있을 때 위에 언급된 샤이니나 소녀시대, f(x)를 직접 마주하며 컨셉을 직접 주도했다고 하더라. 그제야 왜 어텐션에서 SM의 느낌이 많이 보였는지 알 수 있었다. 물론 차별화된 그룹임에는 틀림없지만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 특유의 느낌이 있다. 누가 어디 소속인 것이 무엇이 중요할까. 노래가 좋으면 그걸로 된 거지.

 

이제 본론으로 돌아가서 어텐션을 들으며 떠오른 몇 개의 노래를 적어볼까 한다. 서두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런 멜로디 라인을 되게 좋아하는데, 미리 말하자면 나는 전문성이 전혀 없는 일반인일 뿐이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이어서 같이 느낌을 공유하고 싶은 것뿐이다. 다른 오해는 없길 바란다.

 


 

1. 펜타곤 - 신토불이

펜타곤 신토불이 앨범아트
펜타곤 - Geni:Us - EP

 

솔직히 말하면 신토불이는 인트로만 듣고 좋아하게 된 노래다. 인트로를 지나 노래가 시작되면 뒤에 은은하게 몽글몽글한 멜로디가 깔리는데, 그 위에 빠른 비트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노래와 랩이 이어지면서 박진감을 가져다준다. 노래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어텐션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개인적으로 노래의 마무리가 아쉽다는 느낌이 많이 들지만, 시작될 때의 오프닝 멜로디가 정말 좋아서 그거 하나만으로도 좋게 보는 노래. 이게 어텐션의 인트로 그리고 후렴에 깔리는 멜로디 라인과 비슷한 구성이어서 더 많이 생각났던 것 같다.

 

 

2. f(x) - When I'm alone

에프엑스 4 walls 앨범아트
f(x) - 4 walls - The 4th Album

내가 가장 애정 하는 노래이자 가장 많이 들은 노래 중 하나다. f(x)의 노래는 전부 좋아하지만 특히 이 노래가 수록된 앨범 4 walls - The 4th Album최고의 명반이라 생각한다. 지금 내놓아도 흠잡을 것 없이 세련된 곡들로 구성된 앨범. 공개되었을 당시에 타이틀곡인 4 walls가 많은 인기를 얻었고 실제로 사람들은 이 앨범에서 타이틀곡만 기억하는 경우가 많은데, 총 10개의 수록곡 중 마지막에 위치한 When I'm alone은 그 어떤 노래와도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노래가 아닌가 싶다.

 

인트로부터 무언가 차오르는 듯한 멜로디로 시작되어 신디사이저로 낸 듯한 동동거리는 소리들. 듣고 있으면 우주에 떠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고 거기에 보컬까지 훌륭해 엄청난 세련미를 보여준다. 조화로움을 넘어서는 형언할 수 없는 느낌이 드는 노래. 가볍게 깔리는 멜로디 같으면서도 자세히 들으면 그 멜로디 속에 엄청난 사운드가 집약되어 있다. 어텐션이 밝은 느낌이라면 When I'm alone은 살짝 회색빛이 도는 푸른색을 보는 듯하다. 어쩌면 앨범 커버에 쓰인 주황색 속 보라색이 그런 느낌을 주고자 한 것이 아닐까.

 

 

3. Giraffage - Green tea (feat. Angelica Bess)

Giraffage - Too Real

이 노래는 아는 사람은 정말 극소수가 아닐까. 나도 우연히 옷을 사러 매장에 들어갔다 흘러나오는 것을 듣고는 바로 Shazam으로 검색해 찾아냈었는데, 혼자 집에 있거나 밤에 조용히 드라이브할 때 틀어놓으면 엄청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노래를 듣고 있으면 때때로 외계 행성에 떨어져 신비한 모험을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어두운 밤 높은 전망대에 올라가서 수많은 차들이 지나다니는 것을 보며 왠지 모를 아련함에 빠져드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특히 귀를 자극하는 풍부한 베이스가 귀를 간지럽히는데 이런 류의 노래에선 아직 Green tea를 뛰어넘는 노래를 들어본 적 없는 것 같다. 비슷한 노래를 찾아주는 스테이션 생성 기능으로 정말 많은 노래를 찾아봤지만 Green tea가 압도적으로 좋아 귀에 들어오지도 않더라. 나를 흠뻑 빠지게 만드는 그런 노래가 또 없을까. 이 노래를 처음 들은 이후로 정말 미친 듯이 이것만 들었는데, 지금도 여전히 좋고 행복하고 몽롱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한 노래. 꼭 들어보길 바란다.


뉴진스의 어텐션을 들은 것만으로 이렇게 긴 글을 쓸 줄은 몰랐는데, 그만큼 지루했던 음악 시장에 생각보다 큰 신선함이 느껴져서 그런 것 같다. 위에 소개한 세 개의 노래에 더해 London Grammer - Hey Now도 같이 포함하고 싶었는데, 그랬다간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코멘트만 하고 넘어가려 한다. 중간에 베이스가 단단하게 치고 들어오는 곳이 있는데 그곳을 주의 깊게 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

 

아직 나는 모르는 노래가 많고 좋은 노래를 더 추천받고 싶다. 이 글을 보는 사람이 있다면 나만 아는 좋은 노래 같은 것을 알려주면 좋을 것 같다. 앞으로도 내가 들은 노래들에 대해서 글을 쓸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노래가 있다면 짧게라도 소개를 해볼까 한다. 이번 어텐션은 정말 신선했고 또 다른 바람이 어떻게 불어올지 기대가 되는데, 다음 앨범에서도 이번과 같이 절제된 세련미를 느껴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며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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