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핑크뮬리 : 가을을 화사하게 수놓는 분홍빛 물결
by 오랭가을이 되면 이 시즌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린다. 바로 핑크뮬리가 분홍빛으로 물드는 날.
경주 첨성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첨성대 주변의 핑크뮬리는 물이 덜 들어서 듬성해 보이는 느낌이 강했는데, 지금은 모든 핑크뮬리가 다 물들어서 많은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덕분에 주말이나 휴일에 첨성대나 대릉원으로 들어가는 것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평일 오전 울산으로 출장을 갈 일이 생겨 첨성대에 잠깐 들러 핑크뮬리 구경을 하게 되었다. 첨성대 옆 노상 주차장에 주차를 해두고는 카메라를 들고 내려 산책을 하는데 아침 햇살의 시원하면서도 따스한 느낌과 핑크뮬리, 그리고 첨성대의 조화가 얼마나 좋던지 이대로 조퇴하고 하루 종일 놀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1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참 좋았었던 아침 산책.
사실 첨성대 핑크뮬리는 규모가 그렇게 큰 편이 아니다. 첨성대 방향으로 들어가는 입구 쪽만 핑크뮬리 군락지가 형성되어 있으니까. 하지만 첨성대라는 의미 있는 랜드마크와 월정교, 그리고 대릉원과 황리단길이라는 좋은 장소가 많다보니 추천을 받곤 한다. 아래에 올려둔 사진처럼 첨성대가 빼꼼 보이는 것이 꽤 귀엽기도 하고. 경주에 오래 살았지만 여전히 다른 도시보다도 경주가 예쁘게 보이고 많은 애정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아주 어렸을 때 경제적인 문제로 인해 떠밀리듯이 창원에서 이사를 왔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차라리 경주로 이사 온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되기도 한단 말이지. 살면서 내가 사는 도시에 애정을 가질 수 있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요즘 경남 합천의 신소양 체육공원이 규모가 엄청 크고 예쁘다고 하는데 사흘의 휴일이 주어졌기에 한 번 다녀와볼까 싶다. 월요일에 비가 내린다는 소식이 있기는 하지만 핑크뮬리가 만개해 있을 때 다녀와야지. 문제는 여름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계속 더워지고 있다는 것. 선선한 날씨에 기분 좋게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오히려 무더위가 다시 찾아오면서 에어컨을 찾아다니게 만들고 있다. 태풍부터 갑작스러운 폭우까지 기후 변화로 인한 영향이 체감되고 있는데, 전반적으로 지구 온도를 낮출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 오래오래 예쁘고 좋은 것들만 보고 싶거든.
핑크뮬리에 이어 코스모스도 활짝 펴서 많은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분홍색과 흰색의 코스모스도 많이 폈지만 경주 분황사에는 황화코스모스가 넓게 펼쳐져 장관을 이루고 있다. 최근 달 모양의 조형물이 설치되는 바람에 탁 트인 느낌은 덜하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조형물과 함께 사진을 찍는 것을 보면 무조건 틀린 선택은 아닌 모양이다. 푸른 하늘과 주황색의 코스모스가 빚어내는 조화로움, 그리고 사진을 찍느라 옹기종기 모여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재미있다. 웃으며 이 순간을 즐기는 사람들. 대부분 치열하게 그리고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삶을 살다가 휴일의 여유를 즐기고 있겠지.
역시 가을이란 계절은 참 좋은 것 같다. 알록달록한 색감으로 눈을 즐겁게 해주기도 하고 여름의 무더위에 지친 몸을 시원하게 달래주기도 하니까.
핑크뮬리나 코스모스 외에도 단풍이라는 커다란 이벤트가 남았다. 이미 불국사에는 단풍 구경을 하기 위해 방문하는 사람으로 가득한데, 이번 가을은 또 어떤 절경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사진이라는 게 참 신기하지. 복잡한 머릿속을 비울 수 있게 도와주고 보정을 하면서 심란한 마음을 달래준다. 올 연말은 평소보다 더 열심히 사진을 찍으러 다니지 않을까 싶다.
항상 좋은 결과가 함께하길 바라며.
'Day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잠실 석촌호수 러버덕(Rubber Duck) : 뒤늦게 찾은 귀여운 오리 (0) | 2022.10.14 |
---|
블로그의 정보
Orang’s Diary
오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