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ng’s Diary

경주 라멘집 : 차슈 가득한 일본 라멘 맛집 (읍성)

by 오랭

라멘(ラーメン).

 

일본 라멘을 마지막으로 먹어본 것이 언제였냐고 물으면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되었었는데, 읍성에 있는 카페를 갔다가 우연히 보게 된 라멘집이 떠올라 찾아가 보게 되었다. 경주의 일본 라멘집은 시내에 위치한 네코짱 말고는 잘 몰랐는데 읍성 근처에도 있었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았네. 정면에서 마주 보면 누가 봐도 라멘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큰 글씨로 적혀있는 곳. 오히려 거창한 간판을 달아놓은 것보다 이렇게 간단하게 해 둔 것이 더 예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거기에 포인트로 노란색 작은 입간판이 돋보이는 라멘집. 골목을 걷다가도 입간판을 보면 가게를 바라보고 싶게 만드는 귀여운 간판이다.

 

나는 평소에 라면을 잘 먹지 않는 편이다. 자취를 오랫동안 하면서도 집에 라면을 쟁여두지 않았고 가끔 한두 번씩 짜파게티나 비빔면을 사 먹곤 했었는데, 그 빈도도 매우 적은 편이라 주변 사람들 중에서는 라면 소비율이 굉장히 낮을 것 같다. 누군가 '왜 너는 라면을 그렇게 안 먹어?'라고 물어본 적 있었는데 항상 내 대답은 '귀찮아서'였다. 생각해보면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드는 것이 더 귀찮은 일임에도 왜 라면을 끓이는 4분의 시간을 귀찮아할까. 건강을 생각한다면 좋은 행동이긴 하지만 귀찮다고 대답하는 나를 보고 있으면 좀 어이없기도 하다. 그래도 여전히 라면을 끓이는 것은 귀찮다.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다.

 

누가봐도 일본 라멘집이다.
노란 입간판과 라멘집 입구

 

하지만 먹는 것은 또 잘 먹는다. 특히 일본 라멘 중에서는 돈코츠 라멘을 가장 좋아하는데, 얼큰하고 구수한 느낌의 국물에 차슈를 곁들여 먹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정말 최고다. 이번 라멘집에서도 당연히 돈코츠 라멘을 선택했고 조금 기다리니 따끈따끈한 라멘이 준비되어 등장했다. 딱 예쁘게 반숙이 된 계란. 그리고 두툼한 차슈와 목이버섯까지. 숟가락이 제공되지 않고 나무로 된 작은 국자가 제공되는데, 하얀 국물을 덜어 입에 넣는 순간 정말 맛있다는 느낌이 확 와닿았다. 겨울에 먹으면 정말 최고일 것 같은 국물. 진한 육수의 맛이 어우러져 입안을 감싸는데 중독적이어서 계속 국물만 먹게 만들었다.

 

돈코츠라멘 : 8,000원

 

면도 괜찮았다. 적당히 도톰한 면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부드러웠으면 했으나, 이 라멘집만의 특색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단점으로 생각되지는 않았다. 국물과 같이 면을 먹으니까 정말 좋더라. 무엇보다 차슈가 대박인데 일반적인 라멘집에서는 차슈를 얇게 썰어서 두세장 제공되는 것이 전부라면, 라멘집의 차슈는 썰지 않고 그냥 통으로 제공된다. 차슈를 뜯어먹는 재미도 있을뿐더러 그 양도 꽤 많은 편에 속해서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냥 소소하게 한 끼 때우러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먹었지만, 나중에 다 먹고 보니 배가 정말 부를 정도로 양이 꽤 되더라. 차슈를 별도로 추가할 수 있는데 3,000원이다. 돈코츠 라멘 한 그릇이 8,000원인 것을 볼 때 차슈에 얼마나 많은 비중을 두었는지 알 수 있다. 그만큼 차슈에 진심이라는 것이겠지.

 

정말 두툼한 차슈가 들어가 있는 돈코츠라멘.
차슈와 반숙 계란, 그리고 돈코츠라멘

 

라멘집의 큰 특징 중 하나는 곱빼기와 공기밥이 무료라는 것이다. 물가가 많이 오르는 요즘에 무료를 유지하기 쉽지 않을 텐데 많이 먹는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희소식이지. 이날 나도 곱빼기를 먹어보려다가 일반적인 사이즈를 선택했는데 체중이 꽤 나가는 내가 먹어도 일반적인 사이즈는 배부르게 먹기 충분했기에 곱빼기는 정말 한 덩치 하는 사람 아니고서는 쉽사리 도전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괜히 곱빼기를 받았다가 많이 남기는 것도 별로니까.

 

가게는 아주 깔끔해서 좋았다. 회색톤의 실내에 깔끔한 테이블과 의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점심에 갔을 때 유리창을 통해 은은하게 들어오는 햇빛이 정말 좋더라. 음식 사진을 찍어도 잘 나오고 매장 내부나 이런저런 집기를 막 찍어도 잘 나왔다. 마치 필름 카메라를 쓰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주는 라멘집. 눈이 즐겁고 편하다 보니 덕분에 라멘도 정말 맛있게 먹은 것이 아닐까 싶다. 여러 후기를 찾아봐도 라멘집에 대한 호평이 가득했는데 그만큼 맛이나 청결도에서 많은 소비자들의 만족을 받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깔끔한 테이블과 주변이 라멘의 맛을 더해준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매장
예쁘고 정갈한 식기들이 준비되어 있다.
일본 느낌 물씬 풍기는 식기

 

가을이 되면서 날씨가 점점 시원해지고 있다. 이런 날씨일수록 따뜻한 국물을 더 찾게 되는데 조만간 내가 좋아하는 돈코츠 라멘을 한 번 더 먹으러 가야할 것 같다. 다른 라멘도 맛있다고 하니 일본 라멘을 먹고 싶다면 꼭 찾아보길 바란다.

 

📍Location : 라멘집 (경상북도 경주시 북성로 115)

🕒 Time : 11:30~20:30 (화요일 정기휴무, 15:00~17:00 브레이크 타임)

🚙 Parking : 주변 골목 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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